위키위키위키

  • 초판 1쇄 발행일: 2026년 5월 29일
  • 글: 민구홍, 임경용
  • 번역 및 편집: 임경용
  • 디자인: 민구홍 매뉴팩처링
  • 제작: 성원애드피아

좋은 것은 적어도 세 번 이상 반복할 필요가 있습니다

텍스트 파일 기반 PHP 위키 엔진을 위한 작고 빠른 책

기록하고, 연결하고, 다시 편집하기 위해

『위키위키위키』는 민구홍과 임경용이 쓰고, 임경용이 편집 및 번역하고, 민구홍 매뉴팩처링이 디자인한 작은 책이다. 책의 제목인 위키위키위키(WikiWikiWiki)는 민구홍이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도움으로 개발한 텍스트 파일 기반 PHP 위키 엔진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 위키 엔진은 복잡한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지 않고, 각 문서를 텍스트 파일로 저장한다. 위키를 거대한 플랫폼이 아니라 직접 열어보고, 옮기고, 백업할 수 있는 폴더로 다루기 위한 도구다.

이 책은 그 도구를 사용하는 법을 알려준다. 하지만 단순한 사용 설명서에 머물지 않는다. 위키위키위키를 설치하고, 문서를 만들고, 하이퍼링크를 연결하고, 편집 이력을 확인하고, 되돌리고, 백업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동시에, 기록이 어떻게 위키라는 형식에 도달했는지 이야기한다. 즉 이 책은 소프트웨어 매뉴얼이자 기록의 역사, 그리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공동 편집의 가능성에 관한 산문이다.

데이터베이스 없이, 파일과 폴더 가까이에서

위키위키위키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MySQL 같은 별도의 데이터베이스는 필요하지 않다. PHP를 실행할 수 있는 서버와 문서 파일을 저장할 수 있는 권한만 있다면 기본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문서는 텍스트 파일로 저장되고, 위키의 구조는 파일과 폴더 가까이에서 작동한다. 

이 단순함은 단순히 기술적 선택이 아니다. 기록을 어떤 시스템에 종속시키기보다, 사람이 직접 읽고 만질 수 있는 곳에 두려는 태도다. 데이터베이스는 강력하지만, 그 안의 기록은 대체로 인간의 눈에서 한 번 멀어진다. 반면 텍스트 파일은 노골적이다. 폴더를 열면 구조가 보이고, 파일을 열면 문장이 있다. 위키위키위키는 바로 그 노골적이고 투박한 정직함을 믿는다.

작고 가볍게 시작하는 위키

『위키위키위키』는 먼저 사용 환경을 준비하는 일에서 시작한다. PHP 8.2 이상, 필요한 확장, 로컬 테스트, 웹 서버 업로드, 파일 권한 확인 같은 절차가 차례로 등장한다. 터미널에서 php -S localhost:3333을 실행하고, 웹 브라우저에서 localhost:3333으로 접속해보는 방식도 소개된다. 3333이라는 숫자가 괜히 위키위키위키와 잘 어울린다는 말도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이 정말 강조하는 것은 설치보다 시작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차례를 만들 필요는 없다. ‘처음’, ‘할 일’, ‘오늘 배운 것’ 정도면 충분하다. 좋은 위키는 좋은 기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주 실행하고, 자주 쓰고, 자주 고치고, 자주 연결할 때 만들어진다. 위키는 완성된 지식보다 수정 가능한 지식을 믿는 형식이다. 그러므로 위키위키위키의 마지막 사용법은 단순하다. 계속 쓰고 편집한다.

기록은 어떻게 위키가 되었는가

책의 한 축은 「기록은 어떻게 위키로 탈바꿈했는가」라는 글이다. 이 글은 인간이 기록을 발명한 까닭을 기억력이 뛰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충분히 믿을 만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점토판, 두루마리, 책, 카드, 색인, 파일, 폴더, 데이터베이스, 웹 페이지는 모두 같은 문제를 다룬다. 어떻게 남길 것인가, 어떻게 찾을 것인가, 어떻게 서로 연결할 것인가, 그리고 마침내 어떻게 함께 고칠 것인가. 

폴 오틀레는 세계의 지식을 분류하려 했고, 버니바 부시는 인간의 연상적 사고를 따라 기록 사이의 경로를 상상했으며, 테드 넬슨은 그 길 잃기의 구조에 ‘하이퍼텍스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팀 버너스리는 이를 실제로 작동하는 월드 와이드 웹으로 만들었고, 워드 커닝햄은 누구나 빠르게 웹 페이지를 편집할 수 있는 최초의 위키위키웹을 만들었다. 그렇게 기록은 보관에서 검색으로, 검색에서 연결로, 연결에서 편집으로 이동한다. 

문서는 결론이 아니라 장소다

위키의 핵심은 문서가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계속 수정되는 장소라는 데 있다. 읽다가 틀린 것을 발견하면 수정할 수 있고, 빠진 것이 있으면 덧붙일 수 있으며, 새 문서가 필요하면 만들 수 있다. 물론 그래서 엉망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위키는 그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는다. 대신 기록하고, 되돌리고, 다시 고치게 한다.

이 책은 위키를 기록을 대하는 하나의 태도로 본다. 완성된 문서를 숭배하지 않고, 수정 가능한 문서를 믿는 태도. 한 사람의 권위보다 여러 사람의 흔적을 믿는 태도. 처음부터 완벽하게 쓰는 일보다 나중에 더 잘 고칠 수 있는 구조를 믿는 태도. 위키가 겸손한 형식인 까닭도 여기에 있다. 겸손하다고 약한 것은 아니다. 위키는 자신이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오래 버틸 수 있다.

빈 하이퍼링크가 먼저 도착하는 곳

위키위키위키에서 문서명은 대괄호 두 개로 감싸면 내부 하이퍼링크가 된다. [[새로운 질서]]처럼 쓰면 문서로 연결되고, 아직 해당 문서가 없다면 새 문서를 만들 수 있다. 이 책은 빈 하이퍼링크를 “일종의 예고”라고 부른다. 이름을 먼저 만들어두면, 내용은 나중에 이름을 따라 들어온다. 

이 대목은 위키의 아름다움을 정확히 보여준다. 위키에서는 완성한 뒤 연결하는 것보다 먼저 연결해두고 나중에 채우는 일이 자연스럽다. 아직 쓰이지 않은 문서도 이미 구조의 일부가 된다. 빈방도 구조다. 없다는 사실이 곧 앞으로의 방향을 만든다. 위키는 문서를 쓰는 도구이면서, 아직 쓰이지 않은 문서들이 어디서 기다리고 있는지 보여주는 도구다.

되돌릴 수 있는 문서는 사람을 대담하게 만든다

위키위키위키는 편집 이력을 남길 수 있고, 관리자 권한이 있는 계정은 이전 버전으로 되돌릴 수 있다. 책은 되돌리기가 편집을 더 대담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되돌릴 수 없는 문서는 사람을 조심스럽게 만들지만, 되돌릴 수 있는 문서는 사람을 기꺼이 참여하게 만든다. 

이것은 단순한 기능 설명이 아니라 위키의 윤리다. 신뢰는 아무도 실수하지 않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실수를 발견하고 되돌릴 수 있는 구조에서 나온다. 기록은 고정될수록 권위 있어 보이지만, 수정될 수 있을 때 더 오래 살아남기도 한다. 오늘을 어제로 되돌릴 수 있다는 가능성은 오늘을 조금 덜 두렵게 만든다.

가능한 위키, 완성되지 않는 출판물

책의 또 다른 축은 임경용의 「가능한 위키를 위한 메모」다. 이 글은 위키를 완성될 수 없는 구조로 바라본다. 어떤 항목은 지나치게 상세하고, 어떤 항목은 이름 하나만 남아 있으며, 어떤 페이지는 번역되고 어떤 페이지는 번역되지 못한 채 방치된다. 그러나 이 불균질함은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실제 조건에 더 가까울 수 있다. 우리는 모두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으며, 같은 방식으로 출판하지 않기 때문이다. 

임경용은 특히 ‘아시아 소규모 출판 위키’라는 가능한 구조를 떠올린다. 누가 아시아를 정의하고, 무엇을 소규모 출판이라고 부를 것인가. 어떤 출판사는 기록되고, 어떤 출판사는 끝내 기록되지 않는다. 어떤 사용자는 이름을 드러내고, 어떤 사용자는 익명으로 남는다. 중요한 것은 누가 정보를 생산했는가보다 어떤 연결이 발생하고 유지되는가일지도 모른다. 

완전한 지도 대신 충돌하고 교차하는 흔적들

『위키위키위키』가 제안하는 위키는 완전한 지도가 아니다. 서로 다른 흔적들이 충돌하고 교차하는 상태를 유지하는 구조에 가깝다. 누군가는 이 위키에 들어와 모든 항목을 체계화하고 분류하며 이름을 붙일 수 있다. 그리고 다음 날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질서를 흐트러뜨릴 수도 있다. 위키는 그 가능성까지 포함한다. 

어떤 항목은 실패한 프로젝트를 기록하고, 어떤 항목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출판물을 예고한다. 어떤 책은 실제로 인쇄되지 않았지만 이미 여러 페이지에서 참조되고, 어떤 출판사는 폐쇄되었음에도 계속 새로운 링크를 생성한다. 이 위키 안에서는 존재와 비존재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위키는 하나의 출판물에 가깝다. 끝없이 수정되지만 결코 최종판에 도달하지 않는 출판물.

세 언어로 반복되는 작은 책

『위키위키위키』는 한국어, 영어, 일본어 세 언어로 구성된다. 표지에는 “좋은 것은 적어도 세 번 이상 반복할 필요가 있습니다”라는 문장이 한국어, 일본어, 영어로 반복되고, 본문 역시 한국어, 영어, 일본어 순으로 이어진다. 

이 반복은 단순한 번역 이상의 형식이다. 위키라는 개념은 애초에 반복, 수정, 연결, 되돌림을 통해 작동한다. 같은 내용을 다른 언어로 다시 말하는 일은 위키의 형식과 닮아 있다. 완전히 같은 것도 아니고 완전히 다른 것도 아닌 문장들이 나란히 놓이며, 책은 하나의 내용이 여러 언어와 지면을 통과할 때 어떻게 조금씩 다른 구조가 되는지 보여준다.

[[이렇게]] 우리는 모든 것을 연결할 수 있습니다

책의 뒤표지에는 세 언어로 된 문장이 놓인다. “[[이렇게]] 우리는 모든 것을 연결할 수 있습니다.” “We can link everything just like [[this]].” “[[このように]] 私たちはすべてをつなげることができます。” 그리고 책은 위키위키위키 웹사이트와 깃허브 저장소 주소를 함께 남긴다. 

이 문장은 이 책 전체의 작은 표어처럼 읽힌다. 대괄호 두 개는 단순한 기호가 아니다. 문서를 문서로, 생각을 생각으로, 사람을 사람으로, 아직 쓰이지 않은 이름을 언젠가 쓰일 문서로 연결하는 약속이다. 『위키위키위키』는 그 약속을 설명하고, 시험하고, 책으로 잠시 고정한 뒤 다시 웹으로 돌려보낸다. 책은 충분하지 않다. 하지만 책은 위키로 가는 문이 될 수 있다.


책 속으로

“위키에서는 기능의 수보다 기록이 살아 움직이는 구조가 중요하거든요.”

“기록의 역사는 기억의 역사라기보다 망각에 맞서는 어설픈 기술의 역사다.”

“문서는 틀릴 수 있다. 그러니 고칠 수 있어야 한다.”

“위키는 완성된 지식보다 편집 가능한 지식을 믿는 형식이다.”

“되돌릴 수 없는 문서는 사람을 조심스럽게 만듭니다. 되돌릴 수 있는 문서는 사람을 기꺼이 참여하게 만들고요.”

“한 번은 기록, 한 번은 연결, 한 번은 다시 편집하기 위해.”


민구홍

1985년 3월 5일 출생. 다섯 살 무렵인 1989년 정식으로 몬테소리 교육을 받았다. 일곱 살 무렵인 1991년 매킨토시 LC로 처음 컴퓨터를 접하고, 열한 살 무렵인 1995년 사랑하는 친구를 위해 첫 번째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중앙대학교에서 문학과 언어학을, 미국 시적 연산 학교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하지만 ‘시적 연산’ 또는 ‘좁은 의미의 문학과 언어학’으로 부르기를 좋아한다.)을 공부했다. 안상수 선생 연구실 ‘날개집’을 거쳐 2010년부터 안그라픽스와 워크룸에서 13여 년 동안 편집자,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등으로 일하며 ‘16시’, ‘실용 총서’ 등을 기획하고, 크고 작은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2015년부터 1인 회사 민구홍 매뉴팩처링을 운영하며 미술 및 디자인계 안팎에서 홀로 또는 기관, 기업, 단체, 개인 등과 여러 방식으로 회사를 소개하는 데 주력한다. 2016년부터 ‘현대인을 위한 교양 강좌’를 표방하는 「새로운 질서」에서 ‘실용적인 동시에 개념적인 글쓰기’의 관점으로 코딩을 이야기하며 웹으로 자신을 이야기하는 법을 가르친다. 지은 책으로 이 책을 비롯해 『한 시간 총서: 새로운 질서』(미디어버스, 2019)가, 옮긴 책으로 『인터넷에서 시간 낭비하기』(abb press, 2025), 『선물』(브와포레, 2025), 『새로운 그래픽 디자인 교육 과정』(작업실유령, 2024), 『연주회』(브와포레, 2024), 『개들도 우리와 똑같아요』(브와포레, 2024), 『세상은 무슨 색일까요?』(브와포레, 2023), 『이제껏 배운 그래픽 디자인 규칙은 다 잊어라. 이 책에 실린 것까지.』(작업실유령, 2017)가, 옮긴 글로 「핸드메이드 웹」(J.R. 카펜터, 2023)이 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에 관한 책으로는 『레인보 셔벗』(아카이브 봄·작업실유령, 2019)이 있다. 앞선 실천을 바탕으로 2022년 2월 22일부터 안그라픽스 랩(약칭 및 통칭 ‘AG 랩’)에서 디렉터로 일하며 ‘하이퍼링크’를 만든다. 한편, 2024년 느닷없이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의 친구, PIE의 공동 운영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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